즐기면서 일하는 게 그리 쉬운가?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널리 알려져 아는 이가 많은 구절이다. 공자 말씀이 아니더라도 일에 대한 동기 부여를 높이는 가장 큰 원동력은 일을 즐기는 것임을 대부분 안다. 그러나 실제 일에 닥칠 때 즐기며 하는 이는 많지 않다. 애초에 일은 막고 살기 위한 방편이고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있거나, 아예 즐기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생의 절반을 일에 매여 살다가 은퇴한 이들에게 물어보면 지금까지 해온 일에 보람을 느끼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정도이지 정말 그동안의 일이 즐거웠다는 대답은 많지 않다. 사실 즐거웠다면 은퇴를 하겠는가? 어떤 방법으로든 그 비슷한 일을 하고 있겠지. 게임을 즐기는 아이는 밤을 새워도 힘든 줄 모르고, 억지로 떼어 놓아도 어느새 게임기 앞에 가서 앉아 있다. 일을 그렇게 한다면 성공은 보장된 것이 아니겠는가? 어린애가 새 장난감을 얻고서 눈빛을 반짝이는 모습 속에 즐기는 방법이 숨어 있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도 그런 사람이다.
영국의 괴짜 기업가인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Virgin Group) 회장은 즐기며 일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는 저서 <닥터 예스! Dr.Yes!-Screw it. Lets do it>에서 “나는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한 번도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적은 없었다. 사업에서 재미를 발견하며 즐겁게 하다보면 돈은 자연히 따라왔다.”고 이야기한다. 돈에 대한 욕구보다 즐거움의 추구가 앞섰다는 것이다. 혹자는 말만 그렇게 하지 왜 돈에 대한 욕심이 없었겠느냐고 의심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이력을 들여다보면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즐거움에 도전했다. 열다섯의 나이에 <스튜던트(Student)>라는 잡지를 만들면서 기업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했다. 사람들은 그의 도전을 장난 정도로 여겼지만, 그는 호기심에 가슴이 뛰었다.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수백 통의 편지를 쓰고, 학생 잡지임에도 파격적으로 저명인사들 인터뷰에 도전했다. 그의 맹랑한 도전에 존 레넌, 믹 재거 등 일류스타들이 항복했고, <스튜던트>는 정상급 잡지들보다 유명해졌다. 그러자 거액의 광고가 저절로 몰려들었다.
브랜슨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곧이어 우편으로 음반을 판매하면 싸게 팔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우편 음반 할인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이 확장되자 레코드숍을 열었다. 기존 레코드숍과 달리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꾸민 덕에 크게 히트를 쳤고, 얼마 안 돼 거의 모든 대도시에 레코드숍을 열 수 있었다. 여기까지는 웬만한 기업인의 성공스토리와 그리 다르지 않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똑똑한 녀석이 운도 좋았다는 식으로. 하지만 그의 괴짜 기질은 이제부터 시작된다.
그가 여자친구와 영국 버진 제도의 한 섬에 놀러갔을 때의 일이다. 다음 여행지인 푸에르토리코로 가기 위해 공항에 갔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비행기가 결항이 됐고, 승객들은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브랜슨은 생각했다. 비행기 한 대를 전세 내는 데 2천 달러 정도이니 사람 숫자대로 나누면 한 사람당 39달러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는 공항 칠판에 이렀게 썼다. ‘버진 항공사 : 푸에르토리코행 편도 39달러’ 이것이 오늘날 버진그룹의 주력 사업인 버진 애틀래틱 항공의 출발이었다.
그의 항공사는 여러 가지 기발한 서비스로 지금도 승객들을 즐겁게 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즐거움이 모자랐는지 그는 새롭게 우주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부유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스페이스쉽 투(Spaceship Two)’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이미 많은 부자들이 선금을 내고 줄을 서 있다. 참으로 기발하지 않은가?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만약 어떤 일에서 재미와 즐거움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면 드디어 다른 일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믿는다. 행복하지 않게 시간을 보내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매일 밤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빨리 내일 아침이 밝았으면 좋겠다. 오늘보다 신나는 일들을 할 수 있으니까.’ 출근할 때마다 소풍가는 기분으로 갔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여러분은 지금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 노는 것이 일하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한다. 자신이 즐거워 할 수 있는 일을 잘 들여다보면 답이 나온다. 스필버그가 <인디아나 존스>를 촬영할 때 파트너인 루카스 감독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받는다는 사실이 믿어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