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스토리

이기는 힘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홍성표 2013. 7. 25. 10:31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디테일에 강한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사실 그는 로마의 역사 속에서 담당하는 역할에 걸맞은 영웅적 풍모를 지닌 사람은 아니다. 폼페이우스처럼 미남에 강직한 인물도 못되고 대머리에 평범한 외모를 가진 동네 아저씨의 인상이다. 시오노 나나미의 애정 어린 표현을 빌면 ‘유쾌한 바람둥이’ 정도 되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의 어떤 힘이 10여 년의 긴 세월을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군단을 통솔하고, 병사들을 미지의 공포로 가득한 적지인 갈리아와 게르마니아로 진격하게 만들었을까? 기록을 보면 그의 군단병들은 그를 절대적으로 신뢰한 것으로 나온다. 리더로서 그에게는 많은 장점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닥칠 어려움을 예측하고 그것을 극복할 방책을 미리 마련해 놓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힘든 전투일지라도 리더가 지켜줄 것을 믿고 싸우기 때문에 그들은 천하무적의 군대가 되었으며, 심지어는 전투를 즐기기까지 하였다. 카이사르가 훌륭한 점은 바로 이처럼 세밀한 관찰과 경험을 활용하는 지혜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다는 사실이다. 결국, 아무리 훌륭한 목표와 숭고한 이상을 지녔더라도 그것을 이루어가는 디테일한 힘이 없다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은퇴자들이 부푼 꿈을 안고 새로운 창업에 도전하지만 실패하고 마는 대부분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충분히 매력적인 아이템인데 왜 고객이 외면할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왜 이익이 나지 않을까?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터져 안타깝게 문을 닫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두 디테일한 부분이 약한 때문이다. 예컨대 고객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는 설정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를 모른다면 고귀한 목표는 달성되기 어렵다.

 

역시 모르면 ‘따라하기’가 안전하다. 이번에는 일본에서 유명한 ‘장사의 신’ 우도 다카시의 조언을 들어보자. ‘장사의 신’이라는 책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이자카야 업계의 전설 우도 다카시 씨는 자영업자에겐 나름대로 이기는 방법이 있다고 강조한다. 말하자면 아무리 대기업이 운영하는 체인점이 옆에 있어도 작은 음식점이 살아남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어느 지역 작은 식당에서 “이 손으로 직접 담근 거야” 하며 할머니가 주름 가득한 손으로 맛깔스러운 채소 겉절이를 내주는 서비스는 대형 체인점에서는 절대 흉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큰 식당들과는 다른 스타일로 가게를 운영한다면 손님이 오지 않을 일은 없다고 말한다.

 

그는 수도권에만 20개가 넘는 이자카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데, 예컨대 그의 가게에선 꽁치 소금구이를 낼 때 손님 앞에서 표면을 가스버너로 살짝 구워 노릇한 자국을 만드는데 위쪽만 하고 아래쪽은 해주지 않는다. 그러고는 메뉴를 내어주며 “뒤집어 드실 때는 한 번 더 구워드릴 테니 다시 불러주세요” 한다. 그러면 손님이 반쯤 먹었을 때 슬쩍 다가가 “역시 맛있죠?”라고 말도 붙일 수 있고, 주변 테이블에도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 하나 접객의 기본은 손님 이름을 외우는 것이다.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점원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 손님의 이름을 써놓고 이름을 부르게 했다. 이름 부르기를 시작하고 나서 두 달 만에 월 매출이 150만 엔이나 올랐다고 한다. 이름을 틀릴까 봐 무서워 부르지 못하겠다는 직원에게 그는 “틀리더라도 일단 부르라”고 말한다. 만약 틀렸다면 사과하면 되고, 그다음에 제대로 이름을 불러준다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처럼 손님이 많아 요리가 늦게 나가기 쉬운 날에는 직원이 한 테이블에 음식을 가지고 나갈 때는 반드시 양옆 테이블에다 “아직 안 나온 게 있나요?” 하고 물어보라고 한다. 항의가 나오기 전에 예방선을 치는 것이다. 그렇게 했는데도 손님이 “음식이 안 나와요!” 한다면 “죄송합니다. 바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는 안 된다고 한다.

 

남녀가 같이 쓰는 화장실에서 남자 직원이 나오는 길에 여자 손님과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자 손님이 싫어할 것을 대비해 그의 가게에선 남자 직원이 화장실에 갈 때는 ‘1분 청소 중’이라는 팻말을 걸어놓는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손님도 덜 불쾌해 하고 ‘청소해줬구나’ 하고 오히려 좋은 인상을 갖는다고 한다.

 

이런 사례는 무수히 많아 다 옮길 수 없지만, 몇 가지 예를 통해서도 중요한 암시를 받을 수 있다. 어떤 컨셉의 식당을 운영하건 간에 어떻게 하면 고객이 좋아할까를 늘 미친 듯이 생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작은 디테일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도 안 된다면 죽은 듯이 조용히 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