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거나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들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풍문들이다. 가능하면 우리 스스로를 비하하고 싶지 않아 드러내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이런 생각이 우리들의 행동을 결정짓는 내면 원리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다.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유치한 NLL 논쟁이나, 밀양에서 벌어지는 송전선 싸움 등 요즘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갈등도 그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합리성을 결여한 이기적 감정이나 맹목적인 배타성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기에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법이 ‘떼법’이라고 하겠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회의 갈등지수는 높아만 가고, 이러다간 매사에 진영논리가 개입하는 방식의 갈등 구조가 고착화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인터넷에 달리는 답글들도 온통 부정적인 욕설뿐이어서 무서울 정도이다. 한 때 민병철 교수가 주장한 ‘선플달기’ 운동도 이런 사회적 악령(惡靈)을 이기긴 어려울 듯싶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에너지의 낭비가 시정되지 않고는 우리가 원하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어떤 선진국도 이런 사회적 갈등을 방치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어떻게 하든 ‘소통’밖에 방법이 없는데 그 소통이 그리 쉽지 않다.
소통의 대가로 꼽히는, 커뮤니케이션 컨설팅회사 ‘플레시먼힐러드’의 데이브 시네이(Dave Senay) 회장이 강조하는 커뮤니케이션 원칙은 역시,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은 바로 상대를 이해하는 능력이다. 상대가 누구인가를 이해하는 게 관건이다.”
시네이 회장은 인간에게는 ‘정보 습득 지문(media consumption fingerprint)’이 있다고 말한다. 60억 인구의 손가락 지문이 다르듯 정보 습득법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한 사람이지만, 어머니는 제가 너무 일을 많이 한다고 말하고 장모님은 너무 일을 적게 한다고 말한다. 두 분이 서로 다른 기대치와 입장, 즉 서로 다른 ‘정보 습득 지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소통 상대의 차이와 개성을 그들의 문화, 인생, 가치관 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해낼 때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소통을 꿈꾼다면 ‘내’가 아닌 ‘상대’에게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상대에게 내재된 가치를 꿰뚫어보고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진정한 소통이 가능한 것이다.
상대의 가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법은 칭찬이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 임원들을 분석한 해외 컨설팅 회사의 분석을 보면, 한국의 임원은 부하 직원의 의견을 물어보거나 반응을 들어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칭찬이나 인정을 하기 보다는 주로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세대 간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칭찬에 인색한 기성세대의 잘못이 크다. 기성세대는 요즘의 젊은 세대를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성세대가 비판하는 측면을 분석해 보면 대부분 자신들의 가치관이나 잣대로 판단한 것이다.
디지털 구루 돈 탭스콧(Don Tapscott)에 따르면 1977~97년 사이에 태어난 N세대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라고 말한다. 탭스콧은 N세대의 특징을 8가지로 요약했는데, 예를 들어 ‘선택의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협업에 익숙하며, 사실 여부를 늘 검증하려고 하며, 재미와 스피드를 추구한다.’는 것 등이다.
그렇게 본다면 그들은 기성세대가 가지지 못한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지 기성세대보다 못한 것이 결코 아니다. 한국 사회를 암담하게 짓누르고 있는 시기와 불신의 구름을 열어젖히고 소통의 시대로 나아가는데 기성세대가 앞장서야하지 않겠는가? 사촌이 땅을 사도 배가 아프지 않은 칭찬의 DNA를 청년들에게 심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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