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간혹 오해와 무지로 인해 새롭게 전개된다. 알렉산더대왕이 그랬고 로마의 황금시대를 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그랬다. 그들은 지리에 대한 오해와 무지 덕분에 불가능할 것 같은 싸움에 도전했고 요행인지 천운인지 그들은 승리했다. 그러나 오해는 말자. 그들의 탁월한 전략과 전쟁의 기술이 없었다면 요행과 천운도 그들을 도울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도전이 아름답다고 해서 아무 준비 없이 달려들었다가 장렬히 산화한다면, 밤하늘의 불꽃놀이처럼 잠시 휘황찬란하다가 기나긴 고통의 밤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알렉산더대왕이나 카이사르는 지리학의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그들 자신이 뛰어난 천재였으며 수많은 싸움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예상하지 못한 위험에도 이겨낼 수 있는 지략과 전술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도 도전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하고 경험하며 준비해야만 이길 수 있다는 경험법칙을 말한 것뿐이다. 그러니까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은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은퇴자가 생소한 분야에 준비도 없이 덤벼든다는 것은 자살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도전하라는 말인가.
잘 모를 때는 따라하는 게 상책이다. 흔히 근사하게 표현하여 ‘베스트 팔로우어(Best- Follower)’라고 하는데 삼성전자도 열심히 따라하다가 세계 최고가 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은퇴자들이 선호하는 자그마한 식당 정도는 열심히 공부하면 충분히 따라 잡을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 일본의 외식업 신화를 일군 와타나베 선생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는 일본 이자카야 계의 판을 바꾼 와타미그룹의 회장이다. 그는 어린 시절 양말 살 돈이 없어 뚫어진 양말은 신고 다녔으며 택배 트럭기사 생활을 통해 마련한 300만 엔으로 창업했다. 그러니 우리 영세한 은퇴자 창업과 별반 차이가 없는 출발이다. 그가 한국에 와타미 강남 1호점을 오픈하며 한국 방문 일성(一聲)으로 내뱉은 말은 한국의 음식 값이 너무 비싸다는 말이었다.
그는 “경영을 효율화 하면 지금보다 30% 정도는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외식 관련 기업들이 아직 여유가 많은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라고 꼬집었다. 일본에서 ‘잃어버린 20년’ 동안 벌어졌던 외식업계의 무한 경쟁이 앞으로 한국에서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니 외식업에 도전하려면 최소한 저렴한 가격정책은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좋은 음식을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단다. 첫째가 좋은 재료를 싸게 구입하는 것이다. 와타미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으므로 영세업체가 따라 할 수는 없지만 발품을 팔면 어느 정도 가능할 수도 있다. 둘째는 생산성이다. 낭비를 줄이기 위한 집중관리 시스템이나 매뉴얼을 만들어 표준화하는 것인데 이는 우리도 대강 아는 것이다. 셋째는 ‘건설 코스트’ 즉 얼마나 저렴하게 좋은 점포를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두 우리가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러나 디테일로 들어가면 귀담아 들을 이야기가 많다. 그는 한국 1호점을 내면서 담당자를 크게 질책했다 한다. 주방이 너무 넓기 때문이었다. 저렴하게 팔려면 객석을 최대화하고 주방은 극도의 효율적인 면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담당자에게 “이렇게 넓은 주방을 쓴다면 일본에서처럼 좋은 음식을 싸게 공급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와타미의 슬로건은 ‘지구상에서 고객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 기업이 되자’라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도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죠. 아무리 돈이 되더라도 고객으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없으면 안 합니다. 돈 버는 것은 우리에겐 둘째 목적일 뿐입니다.”
와타미는 2005년 운영난에 빠진 양로원을 인수하여 관리자 중심이 아닌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변화시켰다. 노인들을 위해 갈아 만든 ‘소프트식’을 개발하면서도 최대한 맛을 살리도록 했다. 2008년에는 독거노인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맛좋고 싼 가격으로 100만 개를 배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물론 배달 직원은 대부분 고령자로 6만 명의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너무 거창한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와타나베는 꿈이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한국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데 외식업계가 농업부터 고령자 서비스까지 함께한다면 고객에게 행복을 주면서 수익도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자 이쯤 되면 꿈이 너무 커져버렸지만 뭔가 도전하고픈 욕구는 약간 생기지 않았는가? 와타나베를 따라할 수만 있다면 이길 수 있는 싸움인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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